'비명횡사, 찐윤불패, 지민비조'…총선판 강타한 신조어 [이슈+]

입력 2024-03-08 20:00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풍자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투표를 유도하는 정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평가한 '비명횡사, 친명횡재', 국민의힘 공천을 평가한 '찐윤불패' 등이 대표적이다.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공천 상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말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다. 이 말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처음 쓴 뒤, 민주당이 '비명 학살' 공천으로 내홍을 앓으며 흔해졌다.

민주당 소속 '비명'계 의원들은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총선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자객 출마'를 하는 한편, 친문계 인사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비명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25명 중에서 경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하게 된 사람은 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후보로 확정된 이들은 고민정(서울 광진을), 황희(서울 양천갑), 김주영(경기 김포갑), 신영대(전북 군산) 의원 등이다.

이들 중 6명은 친명계 원외 인사의 소위 '자객 공천'에 경선에서 패했는데, 특히 전직 원내대표를 지냈던 3선 박광온 의원(경기 수원정)의 경선 패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한정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과 윤영찬 의원(초선·경기 성남중원)도 친명계 비례대표인 김병주 의원과 이수진 의원에게 각각 밀렸고, 강병원 의원(재선·은평을)은 강성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인 김우영 전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당 안팎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초 현역 평가 하위 10~20%에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예정된 결말이었다는 것이다. 현역 평가에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 정성 평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계파색이 현역 평가로 이어지고, 현역 평가 감점이 경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강성' 친명계 정치 신인들은 '전략 공천' 등의 방식으로 금배지를 노리고 있다. 무연고로 서울 도봉갑에 공천된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의 경우 '이재명보다 차은우'라는 과거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됐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이 대표의 아내인 김혜경씨를 보좌했던 이력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에 비해 '조용한' 공천이 진행된 국민의힘도 '계파'를 기반으로 한 공천 상황을 평가한 말은 물론 있다. 바로 '찐윤불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의 키를 쥐면서, 당 안팎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친윤 공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막상 공천이 시작되자 '단수 공천' 목록에서 용산 출신 인사들이 거의 배제되고 경선을 치르게 되면서 잠잠해졌다.

그러나 공천이 마무리 과정에 접어들면서 다시 살펴보니,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은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찐윤(진짜 윤석열) 핵심 인사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해 '찐윤불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당내에서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4인' 중에서 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은 본선에 올랐고, 제일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만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지도부 인사들도 모두 본선에서 뛴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종혁 전 비대위원, 김기현 전 대표와 유상범·강민국 의원을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공천을 받았다. 당내 친윤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의 송석준, 김정재, 박수영, 배현진 의원, 윤석열 후보 수행단장을 지낸 이만희 의원,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친한 정점식 의원도 공천을 확정했다.

한편, 제3지대에서 약진한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라는 신조어를 밀고 있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뽑아달라'며 조국혁신당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민주당은 조국 혁신당이 출범하기 전에는 조국혁신당에 명백한 '거리두기'를 하다, 조국혁신당이 예상외의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자 '큰 틀에서 연대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조국혁신당은 이에 힘입어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비례 의석을 노리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학익진 이야기를 했는데, 학익진 전법은 망치선이 적군을 유인하기 위해 맨 앞에서 전투에 나서면 본진이 적진을 에워싸는 방식"이라며 "조국혁신당이 그 망치선 역할을 할 테니 민주당이 적진을 완전히 포위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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